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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고에도… 美, 대만과 ‘무역투자협정’ 본격화

입력 | 2021-06-10 23:07:00

캐서린 타이 대표.


미국이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맺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10일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중국은 대만과 나뉠 수 없는 하나다) 원칙을 주장하며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말라”고 수차 경고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이를 무시해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미국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캐서린 타이 대표(47)가 대만 최고 무역대표인 존 덩 장관과 화상회담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타이 대표는 미국-대만 간 무역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양측은 몇 주 안에 제11차 TIFA 협의회를 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만과의 회담 계획을 공개했다.

TIFA는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1992년 당시 칼라 힐스 USTR 대표가 대만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논의가 처음 이뤄졌고 1994년부터 협상이 진행됐다. 이후 대화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주력하겠다면서 대만과의 논의를 중단했다.

협상을 재개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대중(對中) 견제와 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미국에서도 중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과 대립하는 관계지만 경제적으로 수출, 수입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처지여서 미국과의 무역 강화가 절실하다.

타이 대표는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벨벳 장갑 안의 강철 주먹’으로 불리는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USTR 대표가 된 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어떠한 공식 왕래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