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 참사]14개 노선 정차… 불안감 호소 구청 “시공사 요청 있어야 이전”
광주 동구 학동 5층 건물 붕괴 사고는 정류장에 있던 버스를 무너진 건물이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시공사 측은 공사를 하기 전 임시 정류장을 만들어 옮겼어야 했지만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정류장은 철거 현장과는 불과 3, 4m 떨어져 있다. 무등산 방향 14개 노선버스가 수시로 정차하는데 출퇴근 시간대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이용한다. 하지만 철거 작업이 한창일 때도 바로 앞 인도만 수시로 통제했을 뿐 정류장은 그대로 운영했다. 건물이 붕괴되기 전 철거업체 측에서 작업자 2명을 배치한 게 전부였다. 사고 당시에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류장에 있던 54번 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선 지 4초 만이다.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사망하는 등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늘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일부 시민은 300∼400m 떨어진 다른 정류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40대 A 씨는 “인력을 배치했다고는 하지만 불안했다. 시민들이나 철거 업체나 건물이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한창인 산수동의 한 정류장은 시공사의 요청으로 최근 다른 곳으로 임시 이전했다. 사고 지점에서 2, 3정거장 떨어진 조선대 인근 지하철 공사장 주변 정류장은 현재 구청과 이전을 협의 중이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이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