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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재하청 다단계 하도급이 부실공사 불러

입력 | 2021-06-11 03:00:00

[광주 건물 붕괴 참사]
하청업체 “일부만 재하청” 주장
경찰 “불법 여부 면밀히 조사”




사망자 9명이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5층 철거 건물 붕괴 참사는 하청과 재하청의 다단계식 하도급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2월 학동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 원에 건설사업을 계약하고 공사를 진행해왔다. 5개월 뒤 광주 동구청이 관리처분인가를 내줬고, 주민들이 이주한 뒤 철거를 시작해 현재 공정은 90%를 넘긴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찰을 통해 철거 공사를 서울의 구조물 해체공사업체인 H사에 맡겼고, 이 회사는 다시 광주의 구조물 장비업체인 B사에 재하청을 줬다.

사고 현장에는 모두 9명의 작업자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사고 당시 현장에 굴착기와 작업자 2명을 파견했다. H사는 천장 등 철거에 필요한 장비 2대와 작업자 2명을 3일간 고용해 일을 맡겼다. 나머지 5명은 일용직 작업자다. H사 관계자는 “철거에 필요한 굴착기와 작업자는 재하청한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는 재하청이라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한 건설안전 전문가는 “이번 사고는 하청과 재하청이 이어지는 고리가 부실 공사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하도급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H사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받은 금액에서 얼마나 차감을 하고 B사에 재하청을 했는지가 쟁점이다. 부실 공사가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재하청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부분으로는 철거업체인 H사의 계약 이외에는 재하청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H사가 B사에 하청을 주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캐고 있다. 또 하청을 받은 B사가 다른 업체에 헐값에 재하청 계약을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재하청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허가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철거 공사를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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