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온텍트’ 기업 정보 습득법 ● 오픈채팅방서 서류·면접 정보, 경쟁률 파악 ● ‘에브리타임’ ‘블라인드’로 연봉·복지·기업문화 간파 ● ‘직원 브이로그’ 영상으로 사내 분위기 감지 ● 기업의 성장성과 정보 투명성도 중시하는 세대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사회를 바꾸는 나’의 줄임말입니다.
자소설닷컴 홈페이지에서 기업별 취업 정보를 실시간 주고받는 MZ세대 구직자들.
취업준비생 소이현(25) 씨는 스마트폰에 알람 메시지가 도착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2021년 상반기 공기업 서류시험 준비’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참가자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 예상 항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픈채팅방은 참가자 프로필이나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공개되지 않는 익명 대화 플랫폼이다. 소씨가 이용하는 오픈채팅방에는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전국의 취준생들이 모였다. 소씨는 이들이 올리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오픈채팅방 참가자 대부분이 공기업 채용 공고에 지원하는 응시자라고 보면 된다”며 “채팅방에 공개되는 정보와 참가 인원을 바탕으로 공기업별 서류시험 경쟁률을 대략 예상해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오픈채팅방서 서류·면접 정보와 경쟁률 파악
대학생 한소라(26) 씨는 ‘자소설닷컴’을 이용해 취업을 준비한다. 자소설닷컴은 채용 공고 제공부터 자기소개서 작성 및 첨삭까지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채용 공고가 뜨는 즉시 해당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 중견 및 중소기업, 전문직, 공무원 등의 기업·직종별 채팅방이 개설된다. 한씨는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동원그룹 입사를 희망하는 취준생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취업 정보를 얻었다. 한씨는 “회원들이 채팅방에 공유하는 비대면 면접시험 난이도와 주의 사항, 노하우 같은 정보 덕분에 취업 준비가 한결 수월해졌다”면서 “구인·구직 채용 사이트와 취업 관련 사이버 카페를 방문하지 않고도 앱 하나로 채용 공고 확인부터 자기소개서 첨삭, 비대면 면접 준비까지 가능해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스터디나 동아리 같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혼자 취업을 준비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자) 구직자가 온라인 공간으로 모이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은 제한적인 취업 준비 활동으로 자칫 지치기 쉬운 구직자에게 기업 정보 ‘리쿠르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
5월 기준 대학생 516만 명이 가입한 ‘에브리타임’ 앱에서는 같은 대학교를 나온 선배가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입사 조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은 같은 대학교 학생들과 소통하는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 전국 400여 개 대학교에 서비스를 지원한다. 앱에 접속하면 시간표 작성은 물론이고 학업 관리, 학교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임승현(27) 씨는 “동문이라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는 공개하지 않는 입사 당시 자기 학점이나 외국어시험 점수, 각종 자격증, 어학연수 및 유학 기간, 공모전 입상 등의 스펙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선배들이 있다”면서 “내가 희망하는 기업에 몸담고 있거나 원하는 직무를 경험한 작성자가 눈에 띄면 그 선배에게 쪽지로 취업 관련 조언을 구하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직원 브이로그’로 사내 분위기 감지
4월 12일 서울의 한 대학 취업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학생이 채용 공고문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기업에 근무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민감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잡플래닛’ 앱이 유용할 수 있다. 잡플래닛은 익명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전·현직 직원이 남긴 연봉과 성과급 제도는 물론이고 직원 복지제도, 조직문화를 토대로 해당 기업을 평가한다. 잡플래닛이 ‘기업 리뷰’를 지향하는 만큼 면접 후기나 복지 정보, 기업 분석에 관한 게시물이 주를 이룬다.
MZ세대 구직자들은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 ‘직원 브이로그’ 영상을 보며 직원들의 성향과 사무실 분위기를 감지하기도 한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근무 환경을 촬영한 ‘직원 브이로그’ 영상이나 취업 전문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보며 기업문화를 파악하는 식이다. 대학생 한소라 씨는 “‘직원 브이로그’ 영상은 상사와 대화하는 직원들 표정이나 사무실 풍경을 통해 업무 여건을 살필 수 있는 창구”라며 “구인·구직 사이트보다 유튜브 등에 공개된 영상으로 얻는 취업 정보가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채용 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최근 설문조사가 이런 경향을 뒷받침한다. 만 18세부터 40세까지 성인 남녀 1426명을 대상으로 ‘MZ세대 구직자 동영상 콘텐츠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0%가 “취업 및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또 ‘MZ세대가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얻는 정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6.3%가 ‘채용 프로세스 소개 및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는 기업 인사담당자 콘텐츠’를 꼽았다. ‘취업컨설턴트 취업전략’(30.9%), ‘입사지원 경험한 후기’(29.9%)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의 성장성, 정보 투명성도 중시
이처럼 MZ세대는 구직 활동에서 자신의 역량을 계속 키우고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인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려는 특성을 보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자기 역량과 가치에 부합하는 성과와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MZ세대 구직자가 기업의 성장성과 취업 정보의 투명성, 조직문화를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이 승진 기회와 발전 가능성뿐만 아니라 복지와 급여 수준,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경영진 철학 등을 제대로 갖출 때 MZ세대 구직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기업정보 #온텍트 #MZ세대 #구직 #신동아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