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중 금리를 높여 돈줄을 죄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4000조 원의 부채를 짊어진 가계와 기업은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 주체가 긴축 대비에 나서야 할 때에 정부만 30조 원 추경으로 돈 풀기에 나서 ‘엇박자’란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풀린 돈이 경기 회복과 맞물려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미국은 연일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 자금 이탈을 막고 국내 인플레에 대비하려면 한국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돌파했는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12조 원 늘어난다고 한다.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줄어든 가계에는 이중의 고통을 안길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부채보다 빠르게 늘려야 하지만 고령층 ‘세금 일자리’만 늘고 청장년 정규직 고용은 줄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가계가 모두 부채 관리에 나서고 자금 계획을 다시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도 돈 풀기를 자제하고 빚 줄이기에 나서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쪽에선 금리를 높여 돈줄을 죄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추경으로 막대한 돈을 푼다면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혼선만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