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자 지명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새 당 대표에 ‘30대 0선’ 이준석 후보가 어제 선출됐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적이 없는 36세 청년이 102석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이다. 30대가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당 세대교체 차원을 넘어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당원 조사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정 지역당, 꼰대당의 체질을 확 바꿔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탈바꿈하라는 중도보수층의 열망이 그만큼 컸다. 이는 낡은 정치, 구태 정치를 청산하라는 민의(民意)다. 1987년 이후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계파 정치와 진영 싸움, 공익보다는 사익을 앞세우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적 행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여든 야든 마찬가지였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들이 유력 대선주자들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도 이런 민심의 흐름과 직결된다.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의 변화에 대한 갈망도 ‘이준석 현상’을 이끌었다. 안정과 서열을 중시하는 보수 야당에서 먼저 이런 변화가 몰아쳤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기성세대에 막혀 질식해온 젊은이의 아우성이 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 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준석이란 청년 정치인을 통해 정치권의 세대교체, 아니 정치 자체의 교체를 압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이 대표가 어떤 변화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제 젠더 이슈 등 2030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보수 정당의 비전이나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책임 있고 지혜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너무 젊은 대표’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당선을 정치인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이제 국민의힘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당의 얼굴만 30대 청년으로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청년 당원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전국 정당으로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당 밖 대선주자들과의 연대와 협력도 그럴 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중립적이고 공평무사한 태도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던 30대 0선 대표의 출현….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