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 참사] 71세 엄마, 방문봉사 귀갓길 참변 매몰된채 아들에 구조 요청한 노모 “너는 조심히 와” 되레 아들 걱정
“며칠 전 엄마가 저한테 그랬어요.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30분도 얘기할 시간이 없느냐고…. 그게 엄마의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어요.”
11일 광주 북구의 구호전장례식장.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씨(71·여)의 딸 이모 씨(44)의 목소리에는 짙은 후회가 배어 있었다. 김 씨는 ‘54번 버스’에 타고 가다 버스 위로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려 참변을 당한 사망자 9명 중 한 명이다.
사고가 발생한 동구 학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던 김 씨는 평일이면 인근 지역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 씨는 “어머니가 워낙 활발한 성격에 (고령임에도) 건강하셨다. 사고 당일에도 동구 계림동에서 가정방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9일 버스에서 구조된 한 70대 노모는 건물이 무너져 온몸이 짓눌린 상황에서도 아들만 걱정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산행 후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A 씨는 건물 잔해가 덮친 순간 아들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A 씨는 힘겨운 목소리로 아들에게 “위에서 뭐가 무너져 가지고 확 내려앉았다. 숨을 못 쉬겠다”고 하면서도 “그러니까 (너는) 조심히 오라”고 당부했다. 앞좌석에 앉은 A 씨는 붕괴 직후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동행했던 친구 1명은 숨졌다.
광주=이기욱 71wook@donga.com·이윤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