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만 원.
헌정 사상 첫 30대 당수가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 선거 운동에 쓴 비용이다. “전당대회에 ‘억 단위’의 돈이 든다”는 말이 정치권의 정설이지만, 이 대표는 매머드급 캠프와 홍보 문자메시지 발송, 지원 차량을 없앤 ‘3무(無) 선거운동’으로 최소한의 비용을 들였다. 이 대표는 13일 “젊은 사람도 비용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선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성공으로 막을 내린 이 대표의 ‘정치 실험’이 앞으로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 3無로 “역대 최소비용 당선”
이 대표 측은 “(11일 당선 뒤) 주말 동안 선거 비용을 대략적으로 정산한 결과 약 3주 동안 총 3000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전당대회를 치렀다”고 밝혔다. 5명의 캠프 관계자 등 인건비에 약 1500만 원, 공약집 등 소형 인쇄물에 약 900만 원이 들었다. 그리고 고속철도(KTX) 등 교통비에 500만 원 가량을 썼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는 정치모금법상 후원 한도인 1억 5000만 원을 다 채웠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런 선거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별도의 캠프도 꾸리지 않았고, 전용 차량 없이 대중 교통으로 전국을 오갔다. 문자메시지는 선거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 전당대회 직전 당 안팎에서는 “문자메시지도 안 돌리고 당원들을 챙기지 않아 막판 민심이 돌아섰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결과는 이 대표의 승리였다.
이 대표의 후원금 중 남은 약 1억 2000만 원은 당에 귀속될 예정이다. 이 돈은 이 대표가 약속한 ‘당직자 선발 토론 배틀’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당선 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2000명 넘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 돈인데 제가 그걸 다 태워서 써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남는 돈이 있으면 훌륭한 젊은 인재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 “이준석의 개인기라서 가능한 일” 평가도
그러나 이 대표의 이번 선거 운동을 다른 2030세대 정치인들이 따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의 실험은 정치 입문 이후 10년 동안 잦은 언론 노출로 확보한 대중적 인지도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규모 군중 동원 행사가 없었다는 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소통에 능한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개인기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야당 인사는 “기존의 조직 선거 문화를 타파했다는 평가도 맞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이준석’이 나오려면 젊은이들이 정치권에서 보다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도 “높은 인지도 등 이 대표이기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지만 조직, 사무실 없이 당선됐다는 건 기존의 정당 구조가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경험이 없는 젊은 신인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