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받는 대신 임대료 제한… 작년 전월세 급등 때도 무풍지대 9년 전보다 월세 덜 받는 경우도… 싼 임대주택 이미 52만채 사라져 與, 생계형 뺀 임대사업 폐지 추진… 업계 “시장 안정 순기능도 고려를”
지난해 6월 경기 평택시에 있는 전용면적 47m²짜리 한 다가구주택에는 보증금 300만 원과 월세 70만 원 조건으로 세입자가 들어왔다. 인근 비슷한 면적의 다가구와 보증금은 같지만 월세가 25만 원 쌌다. 이는 집주인이 2019년 의무임대기간이 8년인 장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서 임대료 규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택의 임대료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2027년 이후부터 시세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생계형’을 제외한 다세대·다가구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및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폐지한 지난해 7·10 대책 이후 시세보다 싼 등록 임대주택 52만 채가 이미 사라졌다. 여기에 일부 생계형만 구제하고 다세대·다가구 임대사업자도 폐지하는 여당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등록 임대주택 소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 결과 세입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일반 임대주택보다 74% 싸거나, 월세가 9년 전보다 낮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한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은 2012년 3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80만 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관리비 10만 원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월세는 90만 원이었다. 이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이 올 3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85만 원에 새 세입자를 받았다. 9년 전보다 세입자 부담이 월 5만 원 줄어든 셈이다.
등록 임대주택이 저렴한 건 세제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사업자로서 여러 의무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최장 10년인 의무임대기간 동안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고, 임대료도 직전 연도보다 5% 넘게 올릴 수 없다. 세입자가 바뀌어도 임대료 인상률을 따라야 한다. 지난해 시행된 ‘임대차2법’보다 강력한 임대료 규제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전국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지만 등록 임대주택만큼은 예년 임대료 수준을 유지했다.
전세난의 ‘무풍지대’였던 등록 임대주택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60만 채였다. 단기 및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폐지한 지난해 7·10 대책으로 올 4월 기준 108만 채로 감소했다. 아파트 등록 임대주택은 2028년이면 모두 사라진다.
여기에 여당이 다가구·다세대 임대사업자 폐지까지 추진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여당은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한해 제도를 유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 기준을 충족한 일부를 제외한 등록 임대주택이 사라지면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저렴하고 장기 거주가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해왔다”며 “이런 순기능을 보지 않고 제도를 폐지하면 임대사업자는 물론이고 세입자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