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기 4시간여 전인 9일 오전 11시 37분쯤 철거 공사 현장 모습. 건물 측면 상당 부분이 절단돼 나간 상태에서 굴삭기가 성토체 위에서 위태롭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광주경찰청 제공)2021.6.10
건물 붕괴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작업에 10여 개 업체가 참여한 다단계 하청이 이뤄진 정황을 경찰이 파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질적인 하청-재하청 구조가 부실 공사로 이어지면서 이번 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전문업체가 다른 전문업체에 다시 하청을 주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반건축물 철거 공사를 맡은 한솔기업, 석면 철거를 수주한 다원이앤씨가 백솔건설 등에 재하청을 준 것 자체에 불법 소지가 있다. 하청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다 보니 현장에서는 누구의 지시로 어떤 작업이 이뤄졌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3.3m²당 28만 원에 공사비를 계약했지만 재하청 과정에서 단가가 연쇄적으로 낮아지면서 백솔건설은 3.3m²당 4만 원을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려면 인건비, 자재비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공사를 서둘러 마치려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 요인들이 합쳐져 부실 공사가 이뤄지면서 이번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려면 재하청의 문제점을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