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6개월새 2500명 짐싸
“요즘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가려는 직원이 많아요. 쫓겨나듯 나가는 희망퇴직은 옛말이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25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최근 금융권에선 희망퇴직 규모는 늘고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점을 축소하고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는 가운데 핀테크(금융 기술기업) 등에서 ‘인생 2막’ 준비를 서두르려는 40, 50대 직원들의 희망퇴직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은행원 2500명 반년 새 희망퇴직, 40대로 확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 초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자는 총 249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하나은행(511명)과 NH농협은행(496명)이 일찍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인력 1000여 명을 내보냈다. 올 1, 2월엔 KB국민은행(800명)과 신한은행(220명), 우리은행(468명)에서 1500여 명이 짐을 쌌다.희망퇴직 허용 연령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예전엔 희망퇴직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50대 직원들을 위한 제도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40대도 희망퇴직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신청 가능 연령을 지난해엔 1964∼1967년생으로 정했지만 올해엔 1965∼1973년생으로 조정했다. 1970년대 출생한 만 48, 49세들이 희망퇴직 대상이 된 것이다.
○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 먼저 손드는 직원들
최근에는 1980년대 출생자들도 희망퇴직 대상이 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1983년생(만 38세)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다. 15년 이상 근속하면 30대 후반에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도 만 40세 이상 중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준정년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 경기가 좋을 때 대거 채용된 1960, 1970년대생 직원이 많아 차장·부장급의 인력 적체가 극심하다”며 “부지점장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을 바에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좋은 조건으로 퇴직하려는 직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급속한 디지털 전환으로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겨나며 희망퇴직 후 성장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직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나 인터넷은행에서 은행 실무 경험을 가진 관리자급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억 원대 퇴직금을 쥐고 핀테크 등으로 이직하려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이 절실한 금융사들도 희망퇴직 제도를 인적 구성 재편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이나 데이터 등 디지털 인력으로 신규 충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돼 앞으로도 희망퇴직 규모는 늘어나고 그 연령대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