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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

입력 | 2021-06-14 03:00:00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어딘가?” 많은 이들이 서울 강남이라고 답한다. 업무시설, 상가, 학원가 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눈에는 강남이 도시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인류사에서 도시는 사람이 모여 정보가 축적되고, 사업 기회가 생기는 ‘혁신의 엔진’ 기능을 해왔다. 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는 다시 인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발생한 부는 다수에게 분배돼 풍요를 가져왔다. 현재 강남은 비싼 집값 때문에 젊은이는 진입에 엄두를 못내는 ‘그들만의 세상’이 됐다. 제일 큰 문제는 도시 혁신의 혜택이 ‘지대’로 전환돼 소수가 독점한다는 점이다. 토지 소유주가 혜택을 대부분 가져간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은 비꼰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다.

국내에서 도시 개발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개발 이익 분배 과정에서 능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평등이 생긴다면 개발하지 말자는 관점이다. 하지만 도시 개발에도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은 접근법이 있다. 이는 의지와 관점 전환의 문제다. 지금까지의 도시 문제 해결 방식은 일자리, 교육 문제 등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말이 있듯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필자는 처음 돌릴 때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관성만으로 추진력을 얻는 ‘플라이휠(Fly Wheel)’에 착안해 도시의 플라이휠을 만들어 보았다. 혁신의 핵심 요소에 집중해 도시는 발전하면서 혜택은 모두가 나누는 선순환의 플라이휠이다. 살기 좋은 도시는 다음의 세 가지 고리(Wheel)가 선순환하며 성장한다. 첫 번째, 인구가 증가하며 사람이 네트워킹과 데이터를 증가시키고 이를 기초로 산업이 발전하는 메인 고리다. 두 번째,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 서비스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인재는 사업기회를 증가시키는 고리다. 세 번째는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면 질 좋은 서비스가 저렴하게 제공돼 사람을 모으는 고리다.

살기 좋은 도시는 인프라, 서비스, 거버넌스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곳이다. 거버넌스의 경우 공공은 공공성을 추구하지만 비효율이 있다. 민간은 효율적이지만 과한 이익을 추구하는 단점이 있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는 민관협력의 거버넌스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인프라에 대한 접근은 협소했다. 도로, 가스, 철도 등만 인프라가 아니고 경기주택도시공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주택도 인프라다. 기본주택은 싼값의 장기임대주택으로, 집을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보편 공급하는 정책이다. 공사는 주택 건설 과정에서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공공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정상가’ 정책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사회구조를 바꾸는 ‘한국판 뉴딜’에 이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도시 뉴딜’을 꿈꿔 본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