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대상자 늘어날수록 변수도 늘어나 ‘미리 충분히 투명하게’ 정보공개 지켜야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5월 초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중단됐을 때 그랬다. 2차 접종용 물량을 빼고 나면 신규로 쓸 백신이 거의 없었다. 정부는 백신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수급 불균형’ ‘속도 조절’ 등으로 표현했다. “백신 물량은 충분히 확보됐다, 충분하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확보’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뒤이어 정부는 “미리 계획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중요한 계획을 국민도 언론도 몰랐다는 것이다. 보건소와 병원은 백신 없어 난리이고, 어르신들은 목 빠지게 자기 순서 기다리는데 접종계획을 만들어놓고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난처한 상황 때마다 마이크를 잡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나서서 “접종 순서나 일정에 대해 사전에 상세히 안내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일정에 대해서 좀 더 소상히 설명드리고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17일 3분기(7∼9월) 접종 계획을 발표한다. 얀센 예약 때 ‘광클(컴퓨터 마우스를 매우 빠르게 클릭)’ 경쟁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느냐’에 쏠려 있다. 주변에는 “백신만 있다면 지금 당장 맞고 싶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방역당국에는 나 먼저, 우리 먼저 맞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 많이 만나는 택배나 배달기사, 대중교통 운전사, 코로나19에 취약한 희귀·난치병 환자, 반도체 등 수출기업 근로자까지 우선 접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한꺼번에 맞기에는 백신이 부족하다.
7월부터는 다양한 대상자가 접종을 받는다. 백신 종류도 늘어난다. 접종 상황은 상반기와 비교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만큼 변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순 없다. 중요한 건 변수가 확인됐을 때 대응이다. 가능한 한 빨리,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정부가 강조한 투명성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때로는 ‘당장 쓸 백신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백신 맞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안다. 현실을 억지로 감추려고 노력해봤자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