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대구고와 강릉고의 경기가 열렸다. 강릉고가 대구고에 13-4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목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앞선 2년 사이 전국대회 결승 진출만 4차례. 여기에 올해 첫 전국대회에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던 야구 불모지는 이제 씨앗들이 가득한 화분이 됐다. 창단 처음으로 황금사자기를 품은 강릉고의 행보가 돋보이는 이유다.
강릉고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대구고와 결승전에서 13-4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1975년 창단 후 첫 황금사자기 왕좌. 지난해 결승전에서 김해고에 무릎을 꿇으며 아쉬움을 삼켰던 준우승의 아픔도 1년 만에 씻어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는 야구 불모지로 꼽혔다. 연고 학교 자체가 많지 않으니 유망주들 수급 자체가 어려웠고, 전국대회 호성적도 요원했다. 하지만 2016년 최재호 감독이 강릉고 지휘봉을 잡은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감독은 발로 뛰며 전국의 좋은 유망주들 수집에 나섰다.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적 투자에 나섰고, 고교야구 레벨에선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훈련장까지 구축했다.
창단 첫 황금사자기 우승은 전국에서 모은 씨앗들과 연고지 유망주들의 시너지로 만들어냈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에이스’ 최지민은 경포중 출신의 지역 연고 출신이다. 최지민과 함께 마운드를 이끈 엄지민은 수원북중, 포수로서 호타준족을 뽐낸 차동영은 경기 모가중 출신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전부터 한국야구의 요람은 영호남이었다. 이후 수도권에 유망주들이 과밀화되며 무게중심이 서울로 옮겨갔다. 하지만 여건을 탓하는 대신 노력과 지원으로 불모지에 씨앗을 심었다. 강릉고는 그렇게 황금사자기를 품에 넣었다.
목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