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영 문학평론가
‘와일드 시드’는 아프리카의 1690년, 1741년, 1840년을 각각 배경으로 삼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는 3700년 동안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몸에 기거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슈퍼휴먼이자 흑인 남성이다. 자신의 아이를 번식, 개량하여 더 강인한 일족을 이루려는 지배욕을 가진 그는 17세기 아프리카 이보 마을에서 아냥우라는 흑인 여성을 만난다. 아냥우는 자신의 세포를 바꾸어 신체, 젠더, 나이, 종이 다른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야생종(wild seed)이다. 아냥우의 특별함을 감지한 도로는 그녀를 아내로 맞아 더 강한 종족을 만들고자 한다. “그는 이 여자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 여자의 피가 섞이면 어떤 혈통이든 강해질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해질 것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도로와 아냥우가 섹슈얼리티와 폭력, 사랑과 착취가 어지럽게 뒤엉겨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저지르는 잔인함과 권력에 대한 야욕을 가진 도로. 그리고 자손에 대한 깊은 사랑과 치유 능력을 지닌 아냥우. 둘은 서로의 초능력을 이해하는 유일한 상대이기에 서로에게 이끌리면서도 불편해하고 순종과 저항을 반복한다. 도로는 더 강한 종족을 위해 자신의 아들인 아이작과 아냥우를 강제로 결혼시키고 아냥우는 도로가 자신을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워하며 도망가기도 한다.
인아영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