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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전환 勞勞갈등 격화에 건보공단이사장이 단식 농성

입력 | 2021-06-15 03:00:00

콜센터 노조 “직고용” 무기한 파업… 건보노조 “공정성 위배” 협의 불참
“파업 중단하고, 협의회 참석하라”… 양측에 양보 요구하며 단식 돌입
文정부 정규직화 공약 후폭풍… ‘제2의 인국공사태’ 우려도 커져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69·사진)이 14일부터 단식에 나섰다. 고객센터 직원의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 사이의 갈등이 커지자 양측 양보를 요구하면서다.

김 이사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건보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 노조가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할 때까지 단식할 것”이라고 했다. 단식 장소는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본부 로비다. 김 이사장은 로비에 작은 책상을 두고 업무를 보고 있다.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하는 문제로 ‘노노(勞勞)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인 공단 고객센터 직원 970여 명은 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건강보험고객센터는 전체 직원이 16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건보공단이 업무를 위탁한 효성ITX, 제니엘 등 민간기업 소속이다.

반면 건보공단 노조는 이들의 직고용 요구가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사무논의협의회에도 ‘구성원 편향’을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한 건보공단 직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직고용”이라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일부 건보공단 직원은 “직고용 직영화 철폐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공공기관의 외주 근로자 직고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보안검색요원 등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정규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공사가 요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정규직 직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현 건보공단 노노 갈등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의 방침은 민간기업까지 정규직 수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곤란한 처지에 몰린 김 이사장이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이사장이) 사측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한 것 같다”면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앞두거나 준비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의 민낯’을 보게 됐을 것이다. 공공기관조차 혼란상을 겪는 것을 보며 더욱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