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와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에 ‘입당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 대표는 ‘8월말’을 입당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고, 윤 전 총장은 입당 여부나 시기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윤 전 총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원은 굉장히 훈련된 유권자다. 막판에 ‘뿅’하고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이 지지해줄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입당 마지노선을 ‘8월말’로 특정하며 윤 전 총장의 조속한 입당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이준석 “‘뽕’ 나타난다고 당원들 지지 안 해”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야권 단일후보는 (국민의힘) 기호 2번을 달고 선거에 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종적으로 우리 당 밖에 계신 분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최소 6개월 정도는 당원들과 호흡하고 뛸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견으로는 그 시점이 8월말 정도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방위 대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윤 전 총장을 특별대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선 정해진 시간에 대선후보 경선 버스를 출발시켜야 하며, 윤 전 총장도 당 안팎의 다른 대선 주자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대선주자들을 포용한 ‘빅텐트’를 만들어 문재인 정부와 맞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선후보를 찾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이나 제3지대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불러 나왔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는 열려 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라는 가장 큰 대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며 “그냥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윤석열식이 아니다,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를 수도 있고, 제3지대에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 단일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도 국민의 뜻에 부합해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나”라며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상식과 공정이라는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마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현상이라는 것도 586 중심의 기존 정치세력의 위선과 무능에 대한 염증이 반영됐다. 윤석열 현상과 이준석 현상은 다르지 않다고 보고 결국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의 시간표와 이준석 대표의 시간표는 상충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명분이 갖춰지고 있다는 것으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제시한 ‘8월말’ 이전에 입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측 “국민이 가르키는 방향대로 갈 것”
하지만 이 대변인은 “여론을 들어보고 국민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야 한다”고 밝혀 당분간 국민의힘을 관망하며 입당 여부와 시기를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윤 전 총장이 굳이 입당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야권 대선주자들 중 한 사람으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싸고 당분간 기 싸움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