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곧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 폭이 크다고 한 14일 발언은 일선 지검에서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부장검사급 간부들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 것이다. 명목은 최근 대폭으로 이뤄진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41명 인사에 이은 후속 인사여서 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실질은 ‘인사 판’을 크게 흔들어 검찰에 대한 정권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4일 단행된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 지휘라인에 정권이 신임하는 검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남은 과제는 실제 수사가 벌어지는 지방검찰청의 주요 부장검사를 교체해 정권의 의중이 일선 수사에까지 미치도록 하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전주지검에서는 현재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여권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이들 ‘정권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와 김 전 차관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은 소환조사까지 마치고 이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뒤 현재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2019년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정권 수사에 대한 과거 문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권 초반 적폐수사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공에도 불구하고 배신자로 낙인찍혀 사퇴 압박을 받다가 3월 4일 직을 던지고 검찰을 떠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인사를 지렛대로 삼아 정권 수사를 막으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현실이 될지, 기우가 될지는 부임 1년이 안 돼 인사 대상이 아닌 이정섭 변필건 임일수 부장검사의 인사 여부가 결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