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가 ‘반(反) 중국’으로 평가되서는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은 중국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무역, 기술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反)중 클럽이 아니다”고 했다.
올해 G7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나토 지도자들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토 회의장의 그 누구도 중국과 신(新)냉전에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나토 회의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 문제를 이번에 주요 의제로 올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토 회의장 복도에서조차 베이징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몇몇 회원국들은 초강대국의 냉전에 말려드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탈리아와 독일은 중국이 ‘도발’로 여길 수 있는 문구를 나토 공동성명에 넣는 걸 불편해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쳐 288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은 3위(약 232조 원)였다. 영국은 2025년까지 10년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1050억 파운드(약 166조 원) 가량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프랑스 동부 도시 브휴마뜨에는 중국기업 화웨이의 첫 해외 5G 무선통신장비 생산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WP는 “헝가리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은 중국에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며 “독일 등 다른 유럽국들도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선 중국과 협력해야 하면서 한편으로는 견제해야 하는 복잡한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유럽의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 간의 틈을 벌리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이 나토를 서태평양에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몇몇 나라들은 미국의 수렁에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은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CNN은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확대시키는 것이 베이징 외교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