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DB
지난해 112로 한 70대 남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가 TV를 보다가 자신에게 집기를 집어던지며 욕설을 뱉고 있다는 신고였다. 알고 보니 이들은 가정폭력 생존자의 사연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이었다. 오정식 대구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실장은 “수십 년 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60대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보다 감정이 격해졌다고 한다”며 “노년에 남편이 노쇠해지자 반대로 아내가 학대 가해자가 된 사례”라고 전했다.

또 노인학대가 가장 빈번한 공간은 ‘집’이었다. 노인학대의 88%가 가정에서 발생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시설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10.4%) 비율은 지난해보다 2.3%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학대상황에 놓인 노인을 발굴해야한다고 말한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UN은 노인학대를 가장 은폐되고 드러나지 않는 학대로 본다”며 “노인학대는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하에 보호책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현민 서울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노인에게 안부를 묻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노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