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콘 센드버드 글로벌 진출 전략
토종 한국 스타트업 ‘센드버드’는 기업들의 스마트폰 앱 안에 사용자 간 채팅 기능을 탑재해주는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센드버드의 채팅 솔루션을 이용해 소통하는 월간 사용자 수는 약 1억6000만 명에 달한다. 게티 이미지 제공
한국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인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서비스 글로벌 1위 회사다. 센드버드가 채팅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2015년, 채팅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익숙한 기술이었다. 국내외에서 와츠앱,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카카오톡, 라인 등 유수의 글로벌 채팅 앱들이 사용자 경험(UX)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메신저 기능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채팅 시장에서 센드버드는 전 세계에서 두루 통용되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업계 1위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어떻게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시리즈 A∼C투자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고 세계 최고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센드버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6월 1호(322호)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팀과 제품, 시장의 정렬
원래 센드버드의 전신이었던 ‘스마일패밀리’는 육아에 힘겨워하는 엄마들을 위한 정보 앱이었다. 영어 앱의 사용자가 가파르게 늘고 미국 육아 맘들의 호응을 얻긴 했지만, 2014년 말부터 성장이 정체됐고 누적 사용자도 25만 명 언저리에서 더 늘지 않았다.이에 김 대표는 팀이 해결하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를 버리고 그들이 자신 있는 제품의 ‘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엔지니어 일색의 창업 멤버들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도화한 채팅 등 원천 기술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쇄 창업가인 이들은 육아 맘의 마음은 몰랐지만 기업의 고충,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마음만큼은 생생히 알고 있었다.
○ 문화적 의존도를 버려라
기술이 있어도 현지 기업 영업은 별개의 문제였다. 윤여정, 기생충, BTS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이 입증되고 있지만 기술 영업의 세계에서는 이 같은 격언이 통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국경과 업종을 초월해 모든 기업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 즉 ‘공통분모’를 찾아야 했다. 미국 엔터프라이즈 영업에 뛰어든 한국인 창업가들이 당면한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는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한국의 색채, 문화적 의존도를 빼는 일이었다.무엇보다 현지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미국 기업들과 소통할 땐 장황한 배경 설명이나 첨부파일 없이 ‘당신의 시간을 왜, 얼마나 써서 우리를 만나야 하는지’ 핵심만 밝혀야 했다. 관계 유지를 위해 에둘러 말하고,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신뢰 관계를 쌓는 한국의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뿐만 아니라 센드버드는 홈페이지 디자인과 UX 및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100% 현지화하기 위해 수정을 거듭했다. 한국식 표현과 유행을 지우는 데만 무려 2년 이상이 걸렸다.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특정 해외 기업이 어설픈 굴림체, 번역기로 돌린 듯한 문장으로 홈페이지 회사 소개를 써놓은 것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듯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인들은 매일매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재 브랜드의 광고나 마케팅에 노출돼 있기에 홈페이지의 표현, 폰트, 크기, 색상, 레이아웃 하나가 조금만 트렌드에 뒤처지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껴도 바로 떨어져 나갔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