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공산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옛 소련도 볼셰비키 혁명 직후인 1918년 상속제를 폐지했다가 1922년 부활시켰다. 북한은 2002년 제정한 상속법에서 주택, 도서, 화폐, 승용차 등 구체적으로 상속을 인정하고 있다.
▷각국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직계존속이나 피상속인 등에 대해 살인, 살인미수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유언장을 위조한 사람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피상속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위반하는 등 사회 통념상 상속이 부적절해 보여도 직계존비속, 배우자, 형제자매의 상속권은 일정 부분 보장된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연락을 끊고 살던 희생자의 친모가 나타나 사망보상금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는 등 논란이 제기되는 사건이 여럿 있었지만 법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 등에게 법원 결정을 거쳐 상속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민법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른바 ‘구하라법’이다.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구 씨 모친 같은 경우는 상속을 받기 어렵게 된다. 법제를 손질하더라도 재물에 대한 사람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상속 관련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법치의 기본원칙은 상속 문제에도 적용된다. 그 원칙은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면 법치국가 시민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