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 나은 세계 재건’ 본격 시동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바이든 스스로가 “어떤 회의보다 중요했다”고 평가한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 이를 구체화했다. 무려 1만4000단어에 달하는 공동성명은 처음으로 중국을 명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사회와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영속적 이상과 다자주의에 대한 약속에 따라 글로벌 행동을 위한 G7의 공동 의제를 합의했다”고 밝힌다. 성명의 목표가 반자유 독재국가를 겨냥한 민주주의 국가의 단합임을 드러낸다.
中, 차관 제공하고 이자 받아
중국의 처지에서 가장 긴장되는 것은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B3W)’이라는 글로벌 경제협력 사업일 것이다. 명칭 자체가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정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미국이 주도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체재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더 나은 세계 재건’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접근 방식, 방향성, 의도, 목표 등은 명확하다. 우선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약점을 파고든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형주변국관계’ 차원에서 밝힌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을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재구축하여 ‘연선 국가’를 위한 철도, 에너지,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0년 기준으로 2013년 이래 136개국과 3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9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를 수령하고 6조 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졌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2018년 일대일로 참여국 중 최소 8개국이 ‘부채의 늪’에 빠졌다. 저소득 국가를 돕는 기존 국제개발 협력은 이자가 없고 원금도 일부만 상환하는 양허성 자금인 공적개발원조(ODA) 형태가 주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는 해당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이자를 받는다. 제공된 차관마저 투명성이 부재하여 정치자금으로 활용되거나 중국 기업의 참여 요구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됐다. 일부 국가는 대중 차관이 국민총생산의 20%에 육박하여 항만과 같은 국가 자산의 일부를 중국에 양도하는 상황도 확인되었다. 2019년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제2차 일대일로 포럼에서 시 주석도 문제를 인정했다. 일대일로가 “개방적이고 순수해야 하며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면서 “부패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美 “투명성 추구”… 中과 차별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11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어떤 회의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대중 견제라는 국제질서 재편 방안을 구체화했다. 콘월=AP 뉴시스
韓, 자유주의 질서 복원 동참을
한국이 이번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반중 전선에 동참하라는 요청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한국 초청을 공식화하는 자리와 정상회담 내내 한국을 비롯한 초청된 4개국과 함께 민주주의 연합인 ‘D-11’을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인 커트 캠벨도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격이 높아지고 사진 앞줄에 배치됐다는 것을 선전하기에 앞서, 연합 형태로 진행 중인 미중 갈등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소멸함을 인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중 간 경쟁은 지구적 리더십 확보에 좌우될 것이다. 미국이 이전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국내적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중국은 구조적으로 세계 지도국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외치더라도 홍콩을 뒤엎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이 세계 차원에서 타국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대일로에서 보여준 모습도 권위주의 일당 체제의 한계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준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나아가 한국은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훼손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복원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정체성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