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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8개 대회 4승 비결은 오로지 체력, 우승 위해 태어난 조던처럼 되고 싶어”

입력 | 2021-06-16 03:00:00

프로골프로 4년간 모은 트로피, 지난 7주간 모은 개수와 같아져
“거실이 꽉차도 트로피 타야죠”
스윙폼-장비하나 바꾼 적 없이 헬스와 러닝으로 힘 길러 우승
평소 맛집 탐방하고 음악 즐겨… 조던 다큐 보며 큰 감명받기도
17일 한국여자오픈 출전 예정… “첫 메이저대회 우승 노려야죠”




“트로피 놓을 공간 걱정은 안 해요. 우승만 한다면야 안고 잠인들 못 잘까요.”

박민지(23·NH투자증권·사진)의 경기 용인시 집 거실에는 올해에만 우승 트로피 4개가 더 놓였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따낸 것과 같은 개수의 트로피가 최근 불과 7주 동안 새로 추가됐다. 우승 기자회견에 단골손님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입담도 늘었다. 박민지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거실 바닥이 다 채워져도 좋으니 계속 우승하고 싶다”며 웃었다.


○ 푸시업 30개는 거뜬


바야흐로 ‘민지천하’다. 1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시즌 4승째를 거두면서 박민지는 다승은 물론이고 상금(약 6억4804만 원), 대상포인트(263점) 독주 체제를 굳혔다. 거침없는 우승 행진에 2007년 신지애가 기록한 시즌 최다승(9승) 경신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변의 관심도 뜨겁다. 대회 다음 날인 14일에는 쏟아지는 사인 요청에 하루 종일 집에서 골프공, 모자에 사인을 430번이나 했다. 그래도 “마냥 좋다”고 했다.

시즌 9개 대회(출전 기준 8개) 만에 4승을 따낸 비결은 무엇일까. 박민지는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골프 장비나 스윙 폼 하나 바꾼 게 없다”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비시즌 동안 헬스, 러닝 등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날도 오전 9시부터 헬스를 한 박민지는 “지난해 드라이버 비거리가 190m 나와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시즌 전 오전엔 골프 연습을 안 하고 2시간 넘게 체력 훈련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턱걸이는 최대 7개, 푸시업은 서른 개를 거뜬히 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그렇다고 체지방량 같은 숫자엔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박민지는 “(체력 훈련의 목표가) 부상 없이 골프를 하기 위해서인 만큼 수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몸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라면, 탄산음료를 끊은 지도 1년이 넘었다.


○ 우승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조던 같은 선수 되고파


지난해 드라이버 비거리로 고민했던 박민지는 비시즌 동안 하루 2시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체력 훈련에 집중해 왔다. 위쪽 사진은 역기를 밀며 복근 훈련을 하는 박민지. 골프장 밖에서는 또래들처럼 음악이나 그림 등에도 관심이 많다. 아래쪽 사진은 자신이 직접 그린 비틀스 앨범재킷 그림을 들어 보인 박민지. 사진 출처 박민지 인스타그램

스물셋 박민지의 일상은 어떨까. 골프를 제외한 가장 큰 관심사는 맛집 탐방이다. 한 4년 전부터 수첩에 가봤던 맛집, 가봐야 할 맛집 목록을 정리해 놨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 음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좋아하다는 박민지는 매 라운드 전 클럽하우스에서 미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Neffex’의 ‘Never Give Up’ 같은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한다. 박민지는 “링 위에 오르기 전 권투 선수처럼 절대 지지 않는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롤 모델은 독특하게도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다. 박민지는 “지난해 (조던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너무 감명을 받았다. 조던은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세계 최고였는데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었다. 우승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조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꿈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민지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17일 충북 음성레인보우힐스CC에서 막을 올리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통산 8승 동안 이루지 못한 첫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한다. 박민지는 “메이저 대회인 만큼 러프를 많이 길러놨다고 하더라. 너무 공격적으로 욕심 부리지 않을 생각”이라면서도 “차근차근 플레이하면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겸손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박민지는 “‘돌파력’이란 책을 읽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당신이 어떤 사람이 돼 있느냐다’라는 문장을 보고 마음에 새겨 두고 있다. 20승, 30승도 좋지만 늘 겸손하고 변함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앞에 펼쳐진 길이 빛나 보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