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노노갈등 왜
15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본사 로비. 한쪽에서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 10여 명이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전화상담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기업 소속이다. 10일부터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같은 시각, 그 옆에선 이들의 직접 고용에 반대하는 건보공단 직원의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그의 손엔 ‘공정성 훼손하는 직고용 직영화 반대한다’고 쓴 피켓이 들려 있었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는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본사 로비에서 한 직원이 이들의 직고용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같은 장소에서 14일부터 단식 중이다. 독자 제공
○ 해 넘어 계속되는 ‘노노(勞勞)’ 갈등
갈등이 계속되는 건 정부가 이 문제를 방관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19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 민간위탁업체의 경우 노사 협의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도록 했다. 전환이 결정돼도 본사가 직접 고용할지, 자회사를 설립할지 모두 자율에 맡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직접 고용 현장마다 노동계가 나서 직접 고용 여부 외에 고용 방식까지 관철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김 이사장은 단식쇼를 집어치우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 역차별 주장하는 ‘MZ세대’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는 모두 같은 민노총 소속이다. 상급단체가 같아 결국 건보공단 노조는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을 논의하는 대화 테이블에 앉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건보공단 직원들, 그중에서도 소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대화에 나서려는 노조 집행부에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며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는 “고객센터의 파업에 맞서 건보공단 노조도 파업에 나서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가 지난해 했던 조합원 투표에서 “고객센터 직고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5.6%에 달했다.
건보공단 갈등은 사회 이슈로 번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 반발이 거세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채용인원이 줄어들까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아무 노력 없이 이들이 정규직이 되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이 글에 달린 댓글도 ‘원하는 회사에 입직하려면 그 회사의 채용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송혜미 1am@donga.com / 원주=이미지 / 김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