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 종사자들이 말하는 병폐 연이어 터진 출판계 불투명성 논란, 내부서도 잘못된 구조 비판 이어져 ‘저자에게 판매 정보 흘러갈라’… 담당 편집자에게도 판매량 ‘쉬쉬’ 퇴직금-상여금 연봉에 포함하거나 판매 부진 탓하며 재고 불태우기도
직원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기업을 그린 웹드라마 ‘좋좋소’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해외 번역서를 국내에 소개하는 B출판사 편집자는 사장으로부터 “출판담당 기자들이 묻거든 해외 현지 에이전시에 통보한 판매량으로 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보다 적은 판매량 숫자를 에이전시에 보고했기 때문. 출판사 관계자는 “에이전시를 통해 저자와 소통하는 번역서의 경우 판매량을 속이기가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출판계에서는 편집자를 통해 판매량 수치가 저자에게 전달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 편집자는 “제대로 된 출판사라면 판매량을 편집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인세 누락 논란에서 보듯 저자와의 출판 계약에 문제가 있는 출판사들은 판매량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출 정보와 직결된 판매량을 숨기는 건 탈루 목적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강명 등 일부 작가들은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계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일부 출판사의 문제를 전체 출판계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며 사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갓 입사한 사장 2, 3세에게 특혜를 줘 입방아에 오른 출판사들도 있다. 인문서 전문 출판사의 김모 대표는 “최근 한 출판사 대표가 자신의 자녀를 입사시키자마자 팀장급 연봉을 지급해 막내 편집자가 퇴사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사장 2, 3세와 달리 상당수 출판사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계약하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출판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초봉 등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 편집자는 “연봉의 13분의 1 혹은 14분의 1을 따로 쪼개 퇴직금과 상여금으로 지급하는 출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