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폰팩토리’의 순두부짬뽕.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하지만 짬뽕은 식당마다 맛이 제각각이어서 오히려 감별이 쉽습니다. ‘폭력’에 가까운 매운맛으로 승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굴과 홍합 혹은 바지락을 주연으로 내세워 특화시키거나 산낙지까지 넣은 짬뽕도 있더군요. 저희가 어렸을 때는 짬뽕이란 음식이 없었습니다. 중국집에서 배달이나 외식을 할라치면 어린 형제는 무조건 짜장면이고, 부모님은 우동을 택하셨죠. 하지만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우동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이제 짬뽕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찾아보니 대략 1970년대 중반부터 짬뽕이란 메뉴가 개발돼 퍼지기 시작했다는군요. 그렇다면 대체 ‘짬뽕! 누구냐 넌?’이란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짬뽕이 중국 산둥성 음식인 초마면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요리법이나 음식의 형태와 맛이 대체로 비슷하긴 합니다. 그러나 짬뽕이란 말 자체는 ‘밥을 먹었느냐’라는 뜻의 중국말 ‘츠판’에서 왔고, 푸젠성 사투리로는 ‘차폰’이라고 합니다. 1899년 푸젠성 출신 전핑순(陣平順)이란 사람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돼지 뼈와 닭 뼈를 고아 뽀얀 국물을 내고, 앞바다의 풍부한 해산물과 양배추, 숙주, 파 등을 넉넉히 넣어 새로운 면 요리 ‘잔폰’을 개발했습니다.
전핑순이 나가사키에 열었던 식당 시카이로(四海樓)를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잔폰은 우리의 짬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맛입니다. 국물이 느끼한 데다 짠맛이 강합니다. 구마모토의 홍란정이란 식당에도 푸젠성에서 온 타이핑옌(太平燕)이란 음식이 있는데 잡채용 당면을 쓴다는 점만 빼면 나가사키 짬뽕과 아주 흡사합니다. 하지만 경험을 위한 시식이 아니라면 우리 입맛엔 빨간 짬뽕이 최고임은 불문가지입니다.
짬뽕이 인기가 올라가니 슬슬 본가(정통 중식당)를 뛰쳐나와 분가 독립을 하는 추세라지요? 간판에는 짬뽕집이라 쓰지만, 혼자서는 불안한지 대개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꼬드겨 같이 나갑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지구에 독특한 짬뽕집이 있습니다. 상호도 음식의 탄생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차폰팩토리’입니다. 맛도 한중일 짬뽕의 특성을 고루 반영했습니다. 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신선한 채소와 돼지고기를 웍으로 볶아 조리해 내고, 면도 일본처럼 툭툭 끊어지는 독특한 식감입니다. 먹기도 전에 벌써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네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