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 아무도 울지 않은 코로나 고독사] ‘고독’이 모여사는 고시원
“한번 상상해 보세요. 어땠을 거 같아요? 지옥이 따로 없지.”
점잖고 예의바른 강정식(가명·79) 할아버지. 주위에 친절한 분이었지만 1월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그가 머물던 서울 동대문구 A고시원은 쑥대밭이 됐다.
“당신들이라면 어떻겠소. 기침만 해도 다 들리는 방에서 사람이 죽었어. 근데 코로나19래. 당장 집단감염까지 같이 퍼졌지. 꼼짝없이 모두 밀접접촉자야. 어쩌면 차라리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가는 게 더 나았을지 몰라. 자가 격리하라 해서 1평 남짓한 방에서 2주 동안 갇혀 있었어. 누군가는 죽어나갔고, 누구는 실려나간 곳에서. 잠인들 제대로 잤겠어.”
한 번이라도 고시원에 머물러 본 사람은 안다. 거긴 사람이 가득한 무인도다. 촘촘히 들어선 방마다 누군가는 살고 있다. 온갖 소리가 다 들려온다. 조용한 밤엔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강 씨처럼 다가서도 금방 누군가를 사귀기 쉽지 않다.
동대문보건소에 따르면 A고시원의 첫 확진자는 강 씨가 아니다. 강 씨가 발견되기 전날인 10일 35호실 남성이 먼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는 원장에게 즉각 확진자 발생을 알리고 11일부터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옆방 34호 등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강 씨가 일찍 발견된 건 어쩌면 코로나19 전수 검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친하게 지냈다지만 고시원은 서로 행방을 묻지 않는다. 며칠씩 방을 비워도 그러려니 한다. 원장이 11일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은 언제 알려졌을지 모를 일이다.
A고시원의 집단감염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이들은 모두 40여 명. 밥도 먹을 수 없는 좁은 방에서 2주를 혼자 버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방역당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서울에 있는 한 보건소 관계자는 “고시원 등 주거취약계층 자가 격리 대상자는 24시간 감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설관리인 등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것 외엔 대응 방법이 없다시피 하다”고 털어놨다.
한 거주자는 “격리가 끝난 뒤에도 한참 자리를 비운 탓에 일감 찾기가 더 어려워 꽤 애를 먹었다”며 “기초자치단체에서 자가 격리 대상에게 30만 원인가 지원금을 줬지만 고시원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히어로콘텐츠팀::
▽총괄 팀장 :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기사 취재: 이윤태 김윤이 이기욱 기자
▽사진 취재: 송은석 기자
▽그래픽·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편집: 한우신 기자
▽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이지훈 기자
▽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개발 최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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