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 2021.5.7/뉴스1 © News1
정부가 오는 9월24일까지 개정안 유예기간을 두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는 암호화폐 거래사업 영위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관리체계와 각 분야 소관부처를 정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발표를 통해 오는 9월25일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예고하면서 사업의 존폐 기로에 놓인 관련 사업자들이 전전긍긍이다. 일부 거래소는 부실 암호화폐를 선제적으로 정리하며 ‘몸 사리기’에 나섰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11일 암호화폐 5종을 원화마켓 페어에서 제거하고, 25종의 암호화폐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업비트는 그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암호화폐 개발사)의 기술과 유동성(암호화폐 거래량)이 부족한 암호화폐에 대해 상장폐지 및 유의종목 지정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투자 유의종목을 지정해온 업비트는 수치례 두 자릿수의 암호화폐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해왔다.
그러나 업비트가 20종 이상의 유의종목을 지정한 게 이번이 처음인 데다, 원화마켓 페어에서 제거되는 5종의 암호화폐 중 유명 암호화폐가 섞이면서 투자업계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은 암호화폐 실 사용처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업비트가 갑작스레 페이코인을 원화마켓 페어에서 제거한다고 공지하며 시세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업비트 공지 당일인 지난 11일, 1210원(고가)까지 거래되던 페이코인은 다음날(12일) 468원(저가)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페이코인이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제거될 뿐, 비트코인 마켓에서 계속 거래될 것이란 사실이 투자자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매도세도 가라앉았다.
◇중소 거래소도 업비트 따라 상장폐지 준비 나섰다
그러나 투자 업계에선 대다수 거래소가 금융당국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업계 대장인 ‘업비트’를 따라 암호화폐 상장폐지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중소 거래소인 프로비트, 지닥 등이 업비트와 유사한 대책을 내놓으며 일부 업계 주장을 뒷받침했다.
코인빗 공지사항 갈무리 © 뉴스1
코인빗이 밝힌 상장폐지 배경은 “팀 역량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기술역량 등 글로벌 유동성 등을 평가하는 내부 거래 지원 심사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의종목이 예고된 28종의 암호화폐는 ‘메트로로드’ ‘서베이블록’ ‘라온’ ‘헤라’ ‘디콘’ ‘홀인원’ ‘네오블럭’ ‘크로노’ ‘쿠폰체인’ ‘카론’ ‘페이스토큰’ ‘파이크’ ‘페어체인’ ‘디오’ ‘갤럭시파이’ ‘젤페이’ ‘카이퍼’ ‘에스랩’ ‘플래닛’ ‘엑스폭’ ‘아몬드’ ‘에스코인’ ‘하이렛’ ‘다비온’ ‘아이퓨엘’ ‘엠브릿지’ ‘주’ ‘아쿠아리움’이다.
해당 암호화폐는 오는 6월23일 최종 심사에서 코인빗이 평가하는 내부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자체 발행한 거래소토큰도 줄줄이 상폐…“인위적인 조치 주의해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을 중개, 알선하는 행위와 거래소 임직원이 소속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 추가되면서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상장폐지 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후오비코리아는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맞춰 ‘후오비토큰’ 거래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후오비토큰은 중국계 거래소이자 후오비코리아의 모회사인 후오비글로벌이 지난 2018년 1월에 자체 발행한 거래소 토큰(암호화폐)이다.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는 “가상자산 관리방안 가이드라인에 맞춰 내부 개편안을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라며 “당국 기관과 협력을 통해 거래소 내 위법행위를 단절하여 고객들이 믿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 거래소인 지닥 역시 자체 거래소 토큰인 ‘지닥토큰’ 상장을 예고하면서, 거래소 차원에서 거래 수수료 할인 등을 위해 자체 발행한 거래소 토큰의 상장 폐지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은 거래소의 갑작스런 결정을 두고, 거래소와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상장폐지라는 건 시장에 맡겨야지 인위적이어서는 안된다”라며 “거래소 입장에선 보이지 않은 압력이 존재하다 보니 업체(암호화폐)를 선별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두고 암호화폐 투자자나 (상장폐지·유의종목 지정을 받은) 개발사의 반발이 크다보니 다른 거래소가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거래소의 일방적인 거래 지원 중지가) 한국의 암호화폐 산업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정부가 한국을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이번 사안을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