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이상민.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최근 11집을 낸 가수 김현철은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와, 미쳤다. 1번 곡 드럼 누가 쳤어요?”
답은 드러머 이상민(42)이다. ‘City Breeze & Love Song’에서 느닷없이 도약하는 벌새의 날갯짓처럼 초고속으로 리듬을 세분하는 드럼 타격은 안 그래도 청량한 시티팝 위로 푸른 얼음 조각을 뿌리듯 후련하다 못해 통렬하다.
이상민은 현재 대한민국 톱 드러머다. 그간 김동률 김현철 박정현 선우정아 아이유 이소라 이승철 이적 등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드럼을 맡았다. 그가 얼마 전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앞세운 싱글 ‘My Light’를 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노래도 직접 불렀다. 드럼 키보드 베이스 연주와 프로그래밍까지 했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앤더슨 팍, 맥 밀러, 블러드 오렌지 등과 협연한 미국의 베테랑 음악 친구들이 연주를 보탰다.
“연주곡 중심이던 이상민 1집(2010년) 이후 11년 만에 예술가 이상민으로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R&B·솔 느낌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북을 통타하던 이상민의 매력적 이면.
“하지만 노래 후렴이 나와야할 부분에서 보컬 대신 드럼 솔로를 넣었어요. 보컬리스트와 연주자로서의 색깔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My Light’는 내 안에 잠재한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눈 뜨게 만들어준 어떤 존재를 가리켜요. 그래서 후반부에 환희에 찬, 어떤 의식과도 같은 드럼 솔로가 나오죠.”
열세 살에 스틱을 잡은 드럼 신동. 그는 고2 때 밴드 ‘시나위’의 오프닝 밴드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한상원 밴드에서 활약하고 정원영의 앨범에 참여하다 강호정 이적 정원영 정재일 한상원과 ‘긱스’를 결성했다. 훗날 ‘기생충’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는 팀 막내 정재일과 함께 준수한 외모에 천재적 연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커다란 드럼 세트는 이상민을 가리기는커녕 돋보이게 만들었다.
“드러머로서의 물리적 기술보다 예술 전반을 보는 초월적 시선을 늘 더 생각해요. 제 영웅은 특정 드러머가 아니라 웨인 쇼터, 마일스 데이비스거든요.”
그는 유수의 가수가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어쨌든 뭔가 매력적이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연주력과 예술성을 절차탁마하는 음악인에 대해 조명이 비추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예술계의) 건강에 해롭죠. 좋은 음악에 대한 진짜 정보가 가려져 있어 안타까워요. 음악을 음악 그 자체의 미학적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 ‘찐(진짜) 음악인’에 대한 ‘찐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부와 명예만 좇는 자본이 음악 산업 전반을 삼킨 상황을 과연 좋게만 볼 수 있을까요.”
그가 11년 만에 ‘이상민’의 간판을 내건 이유도 ‘찐 음악인’으로서 이상민 세 글자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장화된 음악계가 가진 ‘대중성’이라는 허울 좋은 제한을 뚫고 예술가로서 나아가보려는 몸부림이에요.”
이상민은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조이(JOYEE)란 이름으로 51분간의 자유즉흥 실황 연주를 담은 듀오 앨범 ‘Stellive Vol.6 | Unprepared Part2’도 이달 내놨다. 앞으로 황호규(베이스)까지 셋이서 케이재즈트리오 활동을 이어가고 다음달에는 조윤성과 듀오 연주에 현대무용가 최수진의 안무를 곁들인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8월에는 ‘이상민’의 다음 신곡 ‘쉽게 쓴 사랑노래’를 발표할 거예요. 좀더 본격적으로 저의 가창을 담은 곡. 어쩌면 진짜 보컬리스트로서 데뷔하는 곡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