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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이상민’ 간판 내건 드러머…“예술가 이상민으로 새 출발”

입력 | 2021-06-16 16:30:00

드러머 이상민.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최근 11집을 낸 가수 김현철은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와, 미쳤다. 1번 곡 드럼 누가 쳤어요?”

답은 드러머 이상민(42)이다. ‘City Breeze & Love Song’에서 느닷없이 도약하는 벌새의 날갯짓처럼 초고속으로 리듬을 세분하는 드럼 타격은 안 그래도 청량한 시티팝 위로 푸른 얼음 조각을 뿌리듯 후련하다 못해 통렬하다.

“현철 형과 드럼 톤부터 많이 상의했어요. 북의 조율을 평균보다 낮춰 두툼하고 묵직한 1980년대식 사운드를 만들어냈죠.”

이상민은 현재 대한민국 톱 드러머다. 그간 김동률 김현철 박정현 선우정아 아이유 이소라 이승철 이적 등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드럼을 맡았다. 그가 얼마 전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앞세운 싱글 ‘My Light’를 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노래도 직접 불렀다. 드럼 키보드 베이스 연주와 프로그래밍까지 했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앤더슨 팍, 맥 밀러, 블러드 오렌지 등과 협연한 미국의 베테랑 음악 친구들이 연주를 보탰다.

“연주곡 중심이던 이상민 1집(2010년) 이후 11년 만에 예술가 이상민으로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R&B·솔 느낌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북을 통타하던 이상민의 매력적 이면.

“하지만 노래 후렴이 나와야할 부분에서 보컬 대신 드럼 솔로를 넣었어요. 보컬리스트와 연주자로서의 색깔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2011년 무렵 써둔 이 곡의 제목은 원래 ‘M’이었다. 뮤직의 ‘M’이자 그가 존경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미셸 은데게오첼로의 ‘M’.

“‘My Light’는 내 안에 잠재한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눈 뜨게 만들어준 어떤 존재를 가리켜요. 그래서 후반부에 환희에 찬, 어떤 의식과도 같은 드럼 솔로가 나오죠.”

열세 살에 스틱을 잡은 드럼 신동. 그는 고2 때 밴드 ‘시나위’의 오프닝 밴드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한상원 밴드에서 활약하고 정원영의 앨범에 참여하다 강호정 이적 정원영 정재일 한상원과 ‘긱스’를 결성했다. 훗날 ‘기생충’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는 팀 막내 정재일과 함께 준수한 외모에 천재적 연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커다란 드럼 세트는 이상민을 가리기는커녕 돋보이게 만들었다.

“드러머로서의 물리적 기술보다 예술 전반을 보는 초월적 시선을 늘 더 생각해요. 제 영웅은 특정 드러머가 아니라 웨인 쇼터, 마일스 데이비스거든요.”

그는 유수의 가수가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어쨌든 뭔가 매력적이니까?”라며 웃었다.

“기술인으로서 작곡가나 가수의 통제에 따르기보다는 예술가 대 예술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저는 어떤 연주를 앞에 두고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음악을 하려해요. 어떤 분야든 자기 분야에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잖아요.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걸 바라지도 않고요.”

그는 연주력과 예술성을 절차탁마하는 음악인에 대해 조명이 비추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예술계의) 건강에 해롭죠. 좋은 음악에 대한 진짜 정보가 가려져 있어 안타까워요. 음악을 음악 그 자체의 미학적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 ‘찐(진짜) 음악인’에 대한 ‘찐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부와 명예만 좇는 자본이 음악 산업 전반을 삼킨 상황을 과연 좋게만 볼 수 있을까요.”

그가 11년 만에 ‘이상민’의 간판을 내건 이유도 ‘찐 음악인’으로서 이상민 세 글자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장화된 음악계가 가진 ‘대중성’이라는 허울 좋은 제한을 뚫고 예술가로서 나아가보려는 몸부림이에요.”

이상민은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조이(JOYEE)란 이름으로 51분간의 자유즉흥 실황 연주를 담은 듀오 앨범 ‘Stellive Vol.6 | Unprepared Part2’도 이달 내놨다. 앞으로 황호규(베이스)까지 셋이서 케이재즈트리오 활동을 이어가고 다음달에는 조윤성과 듀오 연주에 현대무용가 최수진의 안무를 곁들인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8월에는 ‘이상민’의 다음 신곡 ‘쉽게 쓴 사랑노래’를 발표할 거예요. 좀더 본격적으로 저의 가창을 담은 곡. 어쩌면 진짜 보컬리스트로서 데뷔하는 곡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