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리한 사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한다. ‘경제 검찰’ 공정위가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맞춰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실제 처벌이 힘든 사안까지 무리하게 조사하면서 생긴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2017∼2020년 4년간 처리한 1만2183건의 사건 가운데 무혐의로 결론 난 것이 45.1%인 5497건이다. 그전 4년간 무혐의로 끝난 사건 비율인 39.4%보다 5.7%포인트나 높아졌다. 현 정부 4년간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 중 ‘직권조사’의 비율도 49.3%로 이전 4년의 40.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신고, 제보 없이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사한 사건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공정위의 무혐의 종결 사건과 직권조사 비중은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시각이 부정적일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 정부의 첫 공정위 수장인 김상조 위원장이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한 영향이 크다.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할 정도로 대기업을 호되게 대한 김 위원장 재임 시에는 공정위가 검찰에 기업을 고발한 건수도 역대 최고로 많았다.
4년 내내 이어진 공정위 압박에 기업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과징금 등 공정위의 행정처분 5건 중 1건꼴로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와의 마찰을 웬만하면 꺼리는 대기업들까지 소송을 불사하는 건 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발생할 경제적 손실과 기업 이미지 추락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 다루듯 하는 마구잡이 행정은 그만둘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