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가명) 씨는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큰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됐다. 강 씨의 시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후 확진 판정을 받고 장례 의식도 치르지 못한 채 화장장으로 옮겨졌다. 그의 관이 놓여 있었던 화장 시설을 취재기자가 응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내에서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지금까지 2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에는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떠난 ‘코로나 고독사’도 있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홀로 살았던 이들의 사망 소식은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부담이 됐다. 형과 정을 나눈 적이 없다며 유골 인수를 거부한 동생,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는 친딸….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취재한 무연고 코로나 사망자들의 떠나는 길은 쓸쓸했다.
코로나 고독사는 국내에서 아직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고독사 실태조사와 통계작성을 의무화한 ‘고독사 예방 및 관리법’이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돼 실태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는 아직 없지만 정신질환 치료기관이나 고시원 등 밀집시설에서는 코로나로 고독사한 실제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한 50대 남성은 숨진 뒤 유족의 시신 인계 거부로 홀로 화장됐다.
일부 고시원은 고독한 이들이 모여 사는 감옥과 다를 바 없다. 한 층에 머물던 24명 중 6명이 코로나에 확진된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은 공동주방과 화장실 이외의 공간에는 환기시설이 없었다. 한 평짜리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었다. 거주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일용직으로 살아간다.
재난은 불평등을 강화한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감염 재난은 복지의 사각지대를 낳기 쉽다. 1인 가구, 어르신끼리 사는 가구의 안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발견되면 공공서비스로 돌봐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족과 연을 끊었던 이들도 언젠가는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희망이 있었겠지만 그 꿈을 코로나가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람의 체온과 배웅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떠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