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동방사회복지회 어린이사랑의원 원장이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다. 그는 “100세 시대, 무리하지 않아야 평생 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환자이다. 머릿속에 온통 환자들로 가득 차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담배와 술로 스트레스를 달래다 보니 몸이 망가졌다. 맘먹고 관악산을 올랐는데 얼마 가지 않아 숨이 차서 중도에 포기했다. 대학 예과 시절 산악회에 가입해 쉽게 오르던 산이었는데…. 땅을 치며 통곡했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산에 올랐다. 관악산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등 가까운 산을 올랐다. 연세의료원 산악회에 가입해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의 명산도 찾았다. 1999년 연세대의대 출신들로 세브란스산악회(세산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국내 명산을 다 정복한 뒤엔 일본 후지산과 북알프스, 남알프스, 대만 위산(玉山)산,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 해외 명산에도 올랐다.
그때부터 등산과 마라톤을 병행했다. 산을 오르고 달리다 보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모두 잊을 수 있어 머리가 맑아진다. 특히 마라톤은 달릴 때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복잡한 일을 정리하고 향후 어떤 일을 할지도 계획할 수 있다. 외래환자 돌보고, 학생들 가르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지만 연구실에 마라톤화와 운동복을 갖춰 놓고 틈만 나면 달렸다. 해외나 지방에서 열리는 학회나 세미나는 마라톤 전지훈련을 가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2005년 1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의사로서, 등산과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엔 자신이 있었는데 위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해 2월 19일 금강산마라톤, 4월 18일엔 보스턴마라톤에 참가 신청까지 했던 터였다. 1월 말 수술한 뒤 두 대회 모두 참가해 완주했다. 스스로도 대견한 정신력이었다. 그는 “지금은 무용담처럼 얘기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소 무모했다”고 회상했다.
이 원장은 의사이기 때문에 절대 몸을 망칠 정도로 무리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361회나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한반도 횡단 308km도 완주했지만 관절에 전혀 이상이 없다. 힘들면 과감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종단 622km(전남 해남에서 강원 고성)와 537km(부산에서 임진각)에 7차례 도전했다 모두 중도 포기했다. 최대 400km까지 달렸다. 200km 울트라마라톤도 100km에서 포기했다. 그는 “60세가 다 돼 마라톤에 입문했기 때문에 즐기는 데 초점을 둔다. 도전은 하지만 힘들면 포기한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보면 마라톤 풀코스를 1000회, 2000회 넘게 완주한 사람들이 있는데 몸이 망가진 경우가 많다. 기록과 완주 횟수에 집착하다 무릎 연골과 관절에 이상이 생겨 고생하고 있다. 100세 시대, 마라톤을 평생 즐기려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고 마라톤 대회가 없어지면서 집 근처(서울 신촌) 연세대와 이화여대 캠퍼스, 안산을 달렸다. 올해 코로나19가 좀 누그러지면서 4월과 5월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번 달렸다. 최고기록은 3시간45분이지만 지금은 5시간을 훌쩍 넘긴다. 힘들면 쉬면서 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달린다. 그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마라톤 장수’는 욕심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다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