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4년간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친 사건 중 절반가량인 45.1%가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내는 비율도 지난해엔 전년의 두 배 이상인 71%로 증가했다.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가 기업들의 반발을 부르고 규제 비용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1만2183건 중 45.1%(5497건)는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4년간(2013∼2016년) 무혐의 비중(39.4%)보다 5.7%포인트 높다.
공정위는 직권 또는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결과 무혐의가 나오면 사건은 종료된다. 혐의가 확인되면 심각성에 따라 경고, 과태료 또는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처분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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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출범후 기업 직권조사 늘어전문가 “더 정교한 조사착수 필요”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은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내에 본사를 둔 한 글로벌 기업 B사의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불공정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해외 기업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한 기업의 불만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TV(IPTV) 결합상품 판매 과정에서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단 이유로 공정위가 과징금 64억 원을 부과하자 4월 행정소송을 냈다. SPC그룹은 총수 일가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647억 원을 처분한 공정위를 상대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 5건 중 1건에 대해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냈다. 특히 과징금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비중이 71%(44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30.5%)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덮어놓고 행정소송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원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경우도 적지 않다. 2017∼2020년 219건의 과징금 불복 소송 가운데 확정 판결이 난 건 135건이다. 이 중 공정위가 일부 또는 전부 패소한 사건은 전체의 30.4%(41건)를 차지한다. 작년 행정소송을 제기한 기업의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결과와 제재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는데도 과징금을 부과받으니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시장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조사 전문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조사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플랫폼 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 결과적으로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한 셈”이라며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공정위가 보다 정교하게 조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최근 무혐의 사건과 행정소송 비중이 높아진 점에 대해 “공정위는 어느 정부에서든 의도적으로 조사를 더 많이 하거나 덜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