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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이 “우타자 발굴은 한국야구의 과제”라 말한 속사정은

입력 | 2021-06-17 11:15:00

김경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1.6.16/뉴스1 © News1


“오른손 타자를 발굴하는 것이 한국야구의 과제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16일 24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하며 남긴 말이다.

콕 집어 ‘우타 거포’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야수진을 보면 김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부재를 아쉬워 하는지 파악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우타자는 양의지, 강민호(이상 포수), 황재균, 허경민(이상 내야수), 박건우(외야수) 등 5명이다. 언급한 이들은 국가대표 중심 타선과는 거리가 있는 유형이다.

물론 대표팀 명단 발표일 기준으로 양의지가 홈런(12개·공동 7위)과 타점(49개·1위), 타율(0.341·4위)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수비 비중이 높은 포수다. 양의지를 제외하면 홈런 상위 2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없다.

국제무대에서는 흔한 실수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만큼 수비는 가장 우선 시 되는 선발 기준이다. 이에 따라 타격이 빼어나지 않더라도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대표팀에 우선 부름을 받기도 한다.

황재균과 허경민, 박건우는 준수한 수비력과 정확도를 겸비한 선수로 평가된다. 이들이 대표팀에 매력적인 카드인 이유다.

그러나, 동시에 대표팀 경기에서는 단번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오른손 중장거리 타자도 필요하다. 기본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거포형 타자라면 굳이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 통산 382홈런을 때린 최정이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정을 선발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하며 ‘수비’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최정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해 우선적으로 내야 수비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우승 등 야구 대표팀이 굵직한 족적을 남길 때마다 이대호, 김태균, 박병호 같은 우타 거포는 중심타선을 지켰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가더라도 김동주라는 걸출한 4번 타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우타자 5명은 매 시즌 20개 이상 홈런을 기대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게다가 모두 30대에 접어들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개최 주기를 고려할 때 이들이 다음 국제 대회까지 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김 감독이 우타자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당장 앞서 나가는 선수는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김하성이다. 펀치력을 감안할 때 대표팀 중심타선도 소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도쿄 올림픽 참가를 막으면서 이번 올림픽에는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리그로 한정하면 김 감독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좌우를 가리지 않더라도 강백호 외에는 향후 10년간 대표팀 중심타선을 이끌 선수를 쉽게 찾기 어렵다.

도쿄 올림픽 사전 등록 명단 중에서도 우타 거포로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노시환, 한동희 정도다. 노시환의 경우 12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타율은 2할 중반대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한동희도 좀처럼 유망주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