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긍정적 질문은 안 해"…불만 드러내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하다 취재진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종종 있던 일이었으나 정치 경력이 오래된 그가 차분함을 잃은 모습을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백악관 발언록과 영상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 이후 제네바 파크 데 오 비브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현장에 참석한 CNN 기자의 질문에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CNN 기자는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마치고 걸어 나가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왜 당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동을 바꾸리라고 그렇게 자신하는가’라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그가 행동을 바꾸리라고 자신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바꾸려면 세계가 그의 행동에 대응하고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아무것도 자신하지 않는다”라며 “나는 사실을 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측은 미래 군축 토대 마련 등을 위한 전략 대화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미 인프라 사이버 공격 논란과 반(反)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 등 인권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선 여전한 이견을 확인했다.
해당 기자는 이런 점을 거론, 푸틴 대통령의 과거 행동 방식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이를 어떻게 건설적인 회의로 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자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백악관 유튜브는 물론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그는 이후 제네바 공항에서 전용기 탑승 전 기자들에게 다시 걸어와 “내게 한 마지막 질문에 사과해야겠다”라며 질문에 답한 자신의 태도에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행동하고 낙관적인 면, 낙관적인 표정을 보이는 것도 가치가 있다”라며 “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서 ‘그들은 즐거워하지 않을 거야. 다들 바이든이 푸틴을 만나는 걸 반대할 거야’라고 했다면”이라고 가정했다.
자신이 푸틴 대통령을 대책 없이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누군가를 신뢰할 필요가 없다”라며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를 알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누구도 (무작정) 믿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거나 그들 앞에서 언성을 높인 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기자회견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특정 언론 또는 기자를 겨냥하며 가짜 뉴스로 몰거나 공개 비난했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