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단체문자 한 번 안 보내고, 조직선거 안 했음에도 상당한 당원들이 지지해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11일 치러진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캠프 사무실과 홍보 문자메시지 발송, 차량을 동원하지 않은 ‘3무(無)’ 선거운동이 조직선거로 대표되는 기존 정치 문법을 극복했다는 얘기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 당 대표에 30대의 ‘원외 0선’인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아왔던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변화를 압박하며 정치권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상 첫 30대 원외 당 대표…2030세대 '변화' 열망 반영
특히 2030세대의 표심이 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내년 대선에서도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판세를 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실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최근 한 달 사이 당비를 납부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가 1만7000여 명 증가했고, 2030세대가 37%에 달했다.
이처럼 ‘36세 이준석 태풍’이 당원 급증으로 입증된 가운데 국민의힘에 소속된 대선 주자들도 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후보로 선출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석 현상’으로 혁신 기류를 타지 못할 지지율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7일 당 지도부와 함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현상’은 민주당의 당내 대선 경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준석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나오지만 벌써부터 ‘세대교체 돌풍’의 영향으로 그간 공고하던 ‘빅3’ 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당 대선 주자들은 친문(친문재인)계가 득세하는 기득권 ‘꼰대 정당’ 이미지 극복도 풀어야할 숙제로 떠올랐다. 당 차원에서도 국민의힘이 역동적이고 쇄신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반해 앞으로 민주당이 무엇을 해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주자들의 선거 전략 변화도 예상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세력을 과시하는 조직 동원에서 벗어나 이준석 대표가 활용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2030세대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적극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