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부기장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인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5년만 이 악물고 열심히 하면 직원들이 다시 웃을 수 있을 겁니다.”
이스타항공 우선 매수권자로 선정돼 인수가 유력한 ㈜성정의 형남순 회장(64)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이날 오전 매각주관사에 이스타항공 우선 인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매각 주관사는 법원에 이를 알렸다. 성정은 앞서 본입찰에 참여한 쌍방울-광림 컨소시업의 입찰가(약 1100억 원) 수준으로 인수가를 높여 제시했다. 법원이 자금 조달 계획 등을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성정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된다. 이후 성정은 7월 2일까지 정밀 실사를 마친 뒤 이스타항공과 공식 투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형 회장이 이스타항공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스타항공 설립 초기인 2006년에도 관심이 있어 투자금 150억 원을 마련해 도전했지만 잘 안 됐다. 이후 항공업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가 이스타항공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 재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꿈인 항공사 경영을 하게 된다면 어느 항공사 못잖게 잘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우려까지 나온 이스타항공이지만 형 회장 생각은 다르다. 알짜 노선과 운수권,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잠재성이 높다고 봤다. 형 회장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보유 부동산 일부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보유 항공기 16대 중 12대를 반납했고 직원 600여 명을 정리 해고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형 회장은 “항공업이라는 것이 잘 안 풀리면 끝 모를 지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자신 있다. 지금 직원이 600명이 안 되는데 1000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이스타항공을 다시 날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부여=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