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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아진 빌라… 서울 아파트 거래량 넘어섰다

입력 | 2021-06-18 03:00:00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추월…재개발 규제완화 기대감에
아파트값 급등 따른 풍선효과… “재개발 변수 많아 신중 투자를”




최근 서울의 월별 빌라 거래량이 5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등 노후 빌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풍선 효과와 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이 겹쳐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동아일보DB

직장인 이모 씨(35)는 최근 서울시내 부동산중개업소를 다니며 빌라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손놓고 있는 사이 아파트 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아파트 매입은 포기했다”며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생각으로 노후 빌라 위주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주택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아왔던 빌라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156채로 아파트 거래량(4098채)을 추월했다. 통상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아 거래량도 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는 5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빌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서울시내 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풍선효과가 함께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월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6, 7월만 해도 1만 건을 넘었지만 올해 1월 5769건, 2월 3860건 등으로 감소하다가 5월 4098건으로 소폭 늘었다. 이는 대폭 강화된 대출 및 세제 규제가 잇달아 도입된 데다 아파트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피로감이 겹쳤기 때문이다.

반면 빌라 거래량은 지난해 7월 7500건을 넘었다가 8월 4361건, 9월 4090건 등 감소했지만 올 들어 다시 늘어 4월에는 5651건을 나타냈다. 정부가 2·4대책 등 공공재개발과 공공주도 도심 복합사업 등 재개발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발표한 데다 서울시도 민간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재개발 추진 지역 인근에 있는 강북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전세를 끼고 1억∼2억 원 정도의 자본금으로도 살 수 있는 빌라 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투자금이 적게 드는 빌라는 대부분 추진위원회도 설립되지 않은 재개발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은평구에서 빌라를 매수한 김모 씨(47)는 “당장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커서 결혼할 때쯤 재개발이 돼 신축이 들어설 것으로 생각해 매수했다”고 말했다.

빌라에 대한 선호는 가격 동향에서도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연립주택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1.13%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 1.16%에 육박한다. 지난해 연립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2009년(1.94%)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빌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시세가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사례가 많고, 재개발은 변수가 많아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 재개발 초기일 경우 장기간 집을 임대하고 관리해야 하는 데다 오래된 빌라의 경우 불법 증축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용도지역, 대지 지분 등을 상세히 확인하고 초기 투자비용에 집을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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