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덕담 없었던 ‘싸늘한 미러 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미-러 양국의 의견 차를 확인하는 선에 머물렀다. 포옹도 덕담도 없는 싸늘한 정상회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두 정상이 서로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추가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16일 스웨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관계 악화로 각자 소환했던 자국의 대사와 외교관들을 상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사이버 공격 대응과 군축을 위한 실무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인권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는 극심한 의견 차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 시간은 양국 외교장관들만 배석한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합쳐 3시간으로 당초 예상됐던 4∼5시간보다 짧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올해 5년간의 연장에 합의해 2026년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군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 당국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는 “그(나발니)는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를 위반하는 등 각종 법을 위반해온 사람”이라며 “그는 체포되려고 의도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캠페인과 1월 시위대 의회 난입 사태를 언급하면서 “우린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봤다”며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었고 서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다”며 “가치와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제네바=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