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운영하는 국내 오프라인 3위 서울문고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서울문고는 198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에 1587m²(약 480평) 규모로 처음 선보였다. 1980년대 김홍신의 ‘인간시장’ 등 밀리언셀러의 등장과 함께 교보문고(1981년) 서울문고 영풍문고(1992년)가 들어서던 시기가 국내 서점업계의 황금기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등 유명 예술단의 내한공연 주요 예매처도 서울문고였다.
▷국내 오프라인 서점은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책 8000여 권을 터널로 꾸며 복합공간을 표방했던 서울 을지로의 ‘아크앤북’마저 지난달 16일 경영난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 망원동의 중형서점 한강문고, 배우가 운영하던 합정동의 ‘책과 밤낮’도 폐업했다. 한강문고가 문을 닫으며 걸어둔 안내문에는 ‘시장 변화와 오프라인 독서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도 세계의 이름난 서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이다. 1906년 문을 연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입장료가 있는데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일본 쓰타야 서점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지역마다 최적화된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의 음반코너 소파에서 LP음반을 듣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된다. 국내에도 서울 스틸북스와 속초 동아서점 등이 나만의 특색을 시도 중이다. 사람이든 서점이든 ‘나다움’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