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나섰던 소방관 1명 실종 …화재 3시간만에 큰불 잡혔다가 3시간뒤 다시 치솟아 건물 덮어… 잔불 정리하던 소방관들 긴급탈출 지하 2층 진입 5명중 4명만 대피… 경찰 “지하2층 창고 콘센트서 불꽃 평소 스프링클러 잠금여부 조사”
수도권 물류센터 또 대형화재 17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오전 발생한 화재는 잦아드는 듯하다 갑자기 불길이 커졌고 오후 7시경부터 꼭대기인 4층까지 번져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진화 작업을 하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김모 소방경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건물 내부에서 실종됐다. 불이 밤늦게까지 20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불길 사이로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일보 제공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 촬영=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화재진압 지원 나왔다가 불 속에 갇혀
쿠팡 물류센터 화재 17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소방 대원들이 유독가스가 주변에 많이 일자 대기 위치를 바꾸고 있다. 이천=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소방은 김 소방경에 대한 구조 작업을 진행했지만 불길이 거세 정밀 수색이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관계자는 “철제 선반에 올려져 있던 가연물이 갑자기 쏟아져 내리며 화염과 연기가 발생해 김 소방경이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 가연물이 상당히 많고 접근로가 일방향이어서 진압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불이 상층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원들을 진입시켜 위쪽으로 번질 수 있는 지점에 배치했는데 불이 워낙 거세 불가항력적으로 번졌다”며 “건물 안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또는 외벽을 타고 불이 번질 수 있다”고 했다.
불은 이날 오후 7시경부터 꼭대기인 4층까지 번져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화염이 건물을 집어삼키면서 외장재와 창문이 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등 붕괴 우려가 제기돼 구조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인원 416명과 장비 139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했지만 불은 건물을 다 태우고 난 뒤에야 사그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 “평소 스프링클러 꺼놨을 가능성 조사”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모습이 담긴 지하 2층 창고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콘센트에서 불꽃이 일고 연기가 나는 장면이 포착돼 지하 2층을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17일 오후 20시10분경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전체에 불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이천=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2018년 8월 인천남동공단 전자부품 공장에서 불이 나 9명이 숨진 사건에서도 공장 측이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수신기를 꺼놓은 사실이 드러나 “전형적인 인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수도권 소재 물류센터에서는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이천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는 큰 폭발과 함께 불이 나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석 달 뒤인 지난해 7월에는 용인 소재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천=조응형 yesbro@donga.com·공승배 / 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