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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MZ직원들 “파업하면 정규직화, 공정한가”… 노조에 배신감

입력 | 2021-06-18 03:00:00

젊은 직원들 카톡 인터뷰



“건보공단 콜센터 직고용 반대”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직원이 강원 태백정선지사 앞에서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에 반대하면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건보공단 직원들이 빌린 시위 차량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을 지나는 모습. 독자 제공·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누구는 죽어라 공부해서 입사하는데, 다른 누구는 큰소리 쳐서 입사하고…. 이게 정말 공정인가요?”(국민건강보험공단 30대 직원 A 씨)

18일 건보공단 노동조합이 사측 및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를 만난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또 하나의 ‘노노(勞勞) 갈등’ 사례가 된 건보공단 사태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 것이다.

건보공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고객센터 노조는 민간기업 소속이다. 이들은 “사실상 건보공단 지시를 받으며 일하지만 위탁업체를 바꿀 때마다 해고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건보공단의 직고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노조의 교섭 시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젊은 직원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체 모금까지 실시해 17일 국회와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본사에서 ‘트럭 시위’를 시작했다. 전국 각 지사에서는 릴레이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건보공단 직원 A 씨(30대 초반)와 B 씨(20대 후반)를 카카오톡으로 인터뷰해 직고용 반대 이유를 들었다.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나.

“아무도 우리를 대변해주는 사람이 없어 직접 나서게 됐다. 특히 지금 건보공단 노조는 조합원의 요구가 명백한데도 이를 무시하고 사측과 상급 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직고용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A 씨)

“공정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또 국민연금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의 선례를 보면 직고용 이후 동일 임금이나 일반직군과의 통합 등을 요구하며 부작용이 계속됐다. 우리 회사에선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B 씨)

―직고용이 왜 불공정한가.

“나는 사기업에 취직해 일하면서 건보공단 입사를 준비했다. 퇴근하고 매일 오전 2시까지 공부했다. 2년 반 동안 주말에 술을 마신 게 다섯 번도 안 된다. 심지어 회식 후 술에 취해서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공부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객센터 직원들이 공기업 자회사 직원이 되면 아무 노력 없이 파업을 통해 결과만 챙기는 것 아닌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의 자리를 빼앗는 게 어떻게 공정한가.”(A 씨)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서 더 분노한다는 해석도 있다.

“MZ세대가 공정을 매우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원의 75% 넘게 고객센터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다. 특정 세대의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40, 50대 건보공단 직원들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모금도 2시간 만에 목표액 900만 원을 달성했고, 혼자 100만 원을 내주신 분도 계신다.”(A 씨)

―협상에 나선 건보공단 노조에 대한 생각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조합원들은 75.6%가 직고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금 노조는 직고용을 막아내겠다고 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타협하려고 한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하겠다는데 그건 직고용과 다르지 않다. 수익을 내는 조직이 아니니 본사가 계속 지원해 줘야 한다. 결국 건보공단 직원들의 복리후생이 후퇴하고 구조조정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A 씨)

―만약 최종적으로 직고용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어 힘든 상황인 것은 안다. 하지만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 최악의 경우 노조위원장 탄핵도 염두에 두고 있다.”(A 씨)

“공정의 가치가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B 씨)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