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팬들 ‘삐뚤빼뚤 팬아트’ 25일부터 2주간 테헤란로서 전시
16일 서울 서초구 ‘제1회 흙손대회’ 전문가 리뷰 현장에서 만난 화가 하카소(본명 하준수). 그는 응모작(화면 오른쪽)과 그림의 모델인 NCT 멤버 유타의 사진을 번갈아 보다 “대박!”을 외쳤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문가 리뷰라고 했다. 그래서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 모드로 임했는데 첫 작품부터 빵 터졌다. 내 속의 엄근진이 ‘엄마! 근데! 진짜!’로 변했다.
16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 기자는 아이돌 팬덤 활동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블립’이 주최한 제1회 ‘흙손대회’ 전문가 리뷰에 참여했다.
흙손대회(그림)는 지난달 덕후백일장(글짓기)과 함께 열린 일종의 팬 경연이다. 어린이날 사생대회, 글짓기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이 대회에 모집 기간(5월 5∼30일) 동안 566건의 그림, 214건의 글이 들어왔다.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홈페이지(blip.oopy.io)와 블립 앱에서 국민투표를 받아 당선자를 결정한다.
흙손대회에서 흙손이란 속칭 ‘금손’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 비전문가를 뜻한다. 흙손 작품들을 보며 초등학교 시절 그렸던 삐뚤빼뚤 크레파스화의 추억이 살아났다.
전문가 리뷰는 흙손 작품을 보고 실제 모델(아이돌)을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장년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첫 그림을 보자 아이돌은커녕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고민 끝에 ‘우리 엄마!’라고 답하자 주최 측이 정답인 아이유의 사진을 화면 오른쪽에 나란히 띄워줬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림은 서툴렀지만 의상과 소품, 구도와 표정까지 묘사하려 노력한 팬의 정성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흙손 팬들의 작품은 때로 가히 피카소의 입체파나 르누아르의 인상파 화풍을 연상시켰다. 선글라스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림에는 ‘김태원!’을, 얼굴 하관이 늙수그레하게 묘사된 작품에는 ‘배철수!’를, 4인조 여성그룹 그림엔 ‘메탈 밴드!’를 외친 기자는 NCT, 세븐틴, 마마무 등의 정답 사진을 볼 때마다 세부 표현에 무릎을 쳤다.
스테이씨의 아이사와 세은도 평가 내내 혼란과 감탄 사이를 오갔다. “설마 아이유 선배님은 아니겠죠”(세은), “헉, 대박! 맞혔어!”(아이사) 하던 둘은 “그림 솜씨를 떠나 팬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블립 측은 방탄소년단, 아이유, NCT, 블랙핑크, 엑소, 아스트로 등을 그린 흙손 팬들의 작품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버스정류장 열 곳에 이달 25일부터 2주간 전시한다. 최종 수상작은 다음 달 30일 발표한다. 수상자에게는 전자기기, 화장품 등 부상도 수여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