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찬반 논란 가열
수술실 내 CCTV 설치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2018년 10월부터 수술실 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CCTV 화면. 경기도는 시민 설문조사와 관련 조례 개정을 거쳐 2019년부터 경기도 산하 6개 공공의료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경기도 제공
○ “사고 예방” vs “외과 등 필수의료 위축”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논의가 계속됐다. 2019년 도내 공공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14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CCTV 설치는) 사회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지사는 17일에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술실 CCTV 반대는 배타적 특권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CCTV 설치가 “극소수의 범법자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며 “‘국민감정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대리 수술과 수술실 내 의료사고 발생률은 0.001%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사기관에서 대리 수술로 인정해 기소한 사건은 40건에 불과하다. 김 이사는 “CCTV 설치는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의 수술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국민들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CCTV 설치가 가뜩이나 전공의 지원이 부족한 이른바 ‘필수과’의 인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내세우고 있다. 오주형 경희대병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CCTV 설치 공청회에서 “설치를 의무화하면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수술이 빈번한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지원율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CCTV 설치 논란을 낳은 사건은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에서 발생했는데 정작 피해는 필수과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 자율 설치,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쟁점
의협이 사회적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수술실 CCTV 설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CCTV를 설치해도 여전히 쟁점은 남는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비교적 긍정적인 여당 의원들도 설치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민주당 안규백, 김남국 의원이 제출한 법안의 내용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 또 환자가 열람을 요청하면 의료진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 반면 의사 출신인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의 법안에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병원이 설치를 결정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 양측의 허가를 받아야 촬영이 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절충안을 내놨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되 설치 장소를 수술실 안과 밖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병원에 설치 지원금을 주고 설치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혜택을 주는 내용도 포함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상담 누적 건수는 28만여 건,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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