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북한 매체가 어제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김정은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적인 대외 메시지다.
김정은의 발언이 비록 ‘대화’와 ‘대결’을 모두 거론하면서 특히 대결에 ‘빈틈없는 준비’를 강조했지만, 그간의 적대적 태도에 비춰 보면 대화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김정은은 올해 초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했고, 이후 북한은 미국의 어떤 접촉 시도에도 무시하거나 침묵해 왔다. 그러던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며 새삼 ‘안정적 한반도 정세 관리’를 내세워 유연한 접근을 시사한 것이다.
김정은이 은근슬쩍 ‘대화’를 꺼내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외 단절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대내적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전원회의 첫날부터 빠듯한 식량사정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코로나19 저지를 위한 국경폐쇄 같은 극단적 방역조치가 그 한계에 달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내부 위기를 모면하고 정권의 명줄을 연장하려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더는 있을 수 없다. 요란한 대결과 극적인 전환, 결국 환멸의 쇼로 끝난 3년 전의 북-미 대화 과정을 충분히 들여다본 바이든 행정부다. 도발과 협상을 오가는 김정은의 상투적 수법도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