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리 꿈틀댈 조짐 보이자 상승폭 줄인 새 상품 내달 출시 소득-집값 등 이용자격 제한도 없애 2년전엔 저금리 맞물려 외면받아
이자 상승 폭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다시 판매된다. 2년 전 첫선을 보였을 땐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외면받았지만 최근 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이 상품을 새롭게 정비해 내놓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판매를 목표로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개선하고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또는 5년간 금리 상승 폭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상품으로,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
2019년 3월 금융당국 주도로 15개 시중은행이 판매에 나섰지만 금리가 막상 하락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5개 은행에서 6개월간 6건을 판매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우선 5년간 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로 제한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연간 상승 폭은 기존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줄여 금리 상승 리스크에 대한 보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다만 은행이 져야 하는 위험 부담을 감안해 기본 금리는 일반 변동금리 주담대보다 0.15∼0.20%포인트 높아진다.
또 기존엔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 등에게만 판매됐지만 앞으로는 소득이나 집값과 상관없이 변동금리 대출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이 새로운 금리상한형 상품을 내놓는 건 최근 국내외 시장 금리가 뛰면서 이자 상승 부담이 적은 대출을 찾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73%로 지난해 8월(2.39%) 이후 줄곧 올랐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지난해 말 1.71%에서 18일 현재 2.041%로 상승했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돼 대출 금리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형을 이용하는 대출자는 50.3%였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들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이용자의 절반이 금리 인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급격한 금리 상승이 우려된다면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