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만 나흘째, 건물 전체 타버려…방재실내 수신기도 훼손 가능성 소방당국 “완전진화 2,3일 더 소요”…경찰, 정밀감식 착수 무기한 연기 “방화설비 확인등 수사 장기화 전망”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나흘째인 20일까지 현장에 잔불이 계속되고 있어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방화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재 신호 수신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뼈대만 남을 정도로 건물 전체가 타버려 화재 원인 규명에 핵심 증거가 될 ‘R형 신호 수신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건물 내 방재실에 설치돼 있는 이 수신기는 화재 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기록하는 일종의 ‘블랙박스’ 장치다. 이를 분석하면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방화 설비의 화재 당시 작동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신기의 훼손 여부는 내부 감식을 해야 정확히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선 타버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앞서 소방은 “스프링클러가 수동으로 설정돼 있어 8분 정도 늦게 작동했다는 현장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며 “스프링클러가 뒤늦게 작동하는 등 화재 초기 불을 키운 원인이 있다면 수신기에 기록이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전문가들의 합동 정밀 감식이 늦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21일 정밀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진화 작업이 길어지면서 무기한 연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잔불이 모두 꺼진 뒤 현장 안전진단까지 마쳐야 정밀 감식에 착수할 수 있다. 길게는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스프링클러 작동 시점 등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정밀 감식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건물 지하 2층 물품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멀티탭에서 불꽃이 튀면서 연기가 난 것을 확인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1일 오전 10시에는 화재 현장에서 2차 안전진단이 진행된다. 20일 현장을 찾은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진화 작업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붕괴 및 적재물 낙하 가능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천=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천=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