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요건 강화로 임대물건 줄어 2017년 100채중 20채 규모→올해 7채 전세는 4채꼴… ‘도미노 전세난’ 확인
서울에 새로 짓는 입주아파트에서 거래되는 전월세 비중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해야 한다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임대 물건이 줄어드는 ‘도미노 전세난’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서울에서 입주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1만1470채 가운데 입주 전후 6개월 동안 거래된 전월세는 2254채로 전체의 19.7%를 차지했다. 반면 올 1∼3월 서울에서 입주한 6461채의 전월세 거래량은 428채(6.6%)에 그쳤다. 그나마 전세 조건으로 거래된 물건은 255채(3.9%)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신축 아파트에 우선 입주하며 전월세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8년 8·2대책에서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에 2년 실거주 의무를 추가했다. 지난해 6·17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에 대해 6개월 내 전입하도록 했다.
“집주인 실거주하라”는 정책에… 새 아파트 전세 ‘실종’ 수준
입주아파트 전월세 급감…양도세 공제-대출 실거주 요건 강화
1824채 대단지에 전월세 173건뿐…전세 수요〉공급 추세 갈수록 커져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 씨(42)는 최근 지은 지 20년 넘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정 씨는 “지금까지는 신축 아파트에서 저렴하게 나오는 전세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새 아파트 전세 물건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다”며 “이제라도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인근 전월세 수요를 해소하며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신축 효과’가 서울에서는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거주를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로 ‘새 아파트에 집주인 입주 증가→전월세 물건 감소→세입자 간 경쟁 확산’이라는 도미노 전세난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임대차 물건이 줄면서 전세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초 서울에서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 등 대단지가 입주했지만 이 지역의 전세가격은 1∼5월 기준 1% 안팎 올랐다. 2018년 12월 9000채가 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 송파구(―1.34%)는 물론 인근 강동구(―6.39%) 전세가격이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전세난은 전세 공급에 비해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전세수급지수’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9.7로 1개월 전(104.2)보다 5.5 올랐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