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지 작가·미술칼럼니스트
소로는 184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 숲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살았다. 한나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숲을 바라보던 그는 서쪽 창에 비치는 햇빛이나 멀리 마차 소리를 듣고서야 문득 시간이 흘러간 것을 깨닫곤 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며, 그는 밤새 훌쩍 커버린 옥수수처럼 무럭무럭 자랐다고 고백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근처 책방 서가에 꽂힌 작은 문고판 책 하나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소로의 ‘월든’. 이 책은 그날부터 내게로 와서 든든한 삶의 버팀목, 가장 소중한 나의 책이 되었다. 허름한 차림새, 고요한 눈빛의 철학자가 적막한 숲속 집 앞에 앉아 사색에 빠진 모습은 수십 년 동안 내 마음속에 있었다. 언젠가 시골 마을 한편에 나만의 오두막을 짓고 살겠다는 꿈도 잊은 적이 없다. 문간에 앉아 하루 종일 햇볕을 쬐며 아무 생각 없이, 심지어 공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숲을 바라보고 싶다. 마음이 옥수수처럼 쑥쑥 성장하기를 바라며.
김선지 작가·미술칼럼니스트